낚시는 고기를 낚는게 아니라 세월을 낚고 복잡한 머리를 넓은 바다를 보며 정리를 할 수 있다고 하였던가.
 같이 사는 남자 분들을 따라 밤 낚시를 다녀왔다 ㅡㅡ;;ㅋ 장소는 집앞 달링하버 근처 선착장. 여기 달링하버는 낚시자체가 금지인 이유로 낚시대도 없고 오직 줄하고 추만 달아서 고기를 잡으러 갔다. 물론 나는 왔다갔다 구경만 하였다만, ㅋㅋㅋ

낚시가 금지된곳이니 만큼 근처 사람들이라곤 우리밖에 없었고 밤이라서인지 아니면 웃고 떠들다 경찰이라도 오면 벌금을 물어서인지 아주 엄숙하고 조용히 낚시를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낚시를 할때는 바다의 소리를 들어야 하기때문에 아주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한다 ㅡㅁㅡ )

 한 시간쯤 지났을까 고기는 한마리도 잡히고 있질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그래도 집사람중 해병대 나온 오빠가 조용히 줄을 감기 시작하였다, 딱 봐도 줄이 팽팽해 끊어질듯 하였고 그 줄을 몇번이나 풀었다 놓았다,,보는 사람까지 끊어질까 긴장을 하며 고기와의 사투를 보고있었다. 이윽고 올라온 고기는 입이 떡~!! 벌어질만큼 큰 물고기였다. 무슨 고기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몇번이고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십분쯤 지났을까 그 오빠에게 줄줄이 고기가 올라왔다.ㅋㅋㅋㅋㅋ( 해병대가 틀리긴 틀린가보다 ㅋㅋ) 새벽 3시쯤 되었나..한창 웃고 떠들던중 그 주위를 순찰도는 security가 왔다. 다들 긴장하고 심장이 쫄깃해졌지만 애써 태연한척 잡고있던 낚시줄은 발로 밟고  사진 찍는 척도 하고 수다를 떠는 척하며 낚시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는데 이게 웬일, 이 사람이 자기도 야밤에 심심한지라 사람이 그리웠나보다. 옆에 앉는것이 아닌가!! 다들 짜증났지만 이래저래 영어로 얘기하다보니 이것또한 공부인걸, 통성명까지 해가며 같이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갑자기 풍덩이란 소리가 나는것이 아닌가.

그중 고기가 젤 안잡혔던 한 오빠께서 세큐리티를 의식해 옆에 줄뭉치를 내려놨었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고기가 물고 도망가는 바람에 그 뭉치가 바다에 빠진것이다. 세큐리티를 비롯한 우리모두 깜짝놀랬고 그는 강력히 말했다. "You can't do the fishing in here!!" 당연히 우린 물랐다는 듯이 "Really????oh~~I didn't know that...."ㅋㅋㅋ 얼마나 웃기던지 ㅋㅋ 하지만 그는 자신은 그냥 말만할뿐 경찰이 오면 벌금을 백불이나 물린다고 한다. 그리하여 자리를 정리하고 집에돌아왔다.

 돌아온 우리에게 한가지 숙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고기의 정체를 밝히는 것. 네이버 낚시사이트에 바로 가입, 사진찍은 고기들을

올렸고 다음날 아침 실로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잡았던 고기의 이름은  'Bream' 물고기의 왕이라 불리우는 도미였다. 그중 큰고기는 낚시꾼들도 몇날며칠 합숙을 하면서 잡는다는 "감성돔"이였던 것이다. 그렇다할 낚시도구도 없이 줄하고 추하고 닭가슴살 미끼로 재미삼아 나간 낚시의 보상치고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싯가로 팔아도 7만원은 나온다고 하니ㅡㅡ;;

우린 잡은 감성동과 참돔으로 회를떠서 먹고 남은 뼈로 매운탕을 끓여먹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맛이었다 ㅠㅠ

 그로부터 삼일째 내리 낚시를 나간 오빠들이었다만 그렇다할 큰고기는 못잡고 애써잡은 작은 도미들은 다 방생해주고 왔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전해지고 한편, 이곳 달링하버가 낚시금지된 이유는 몇년전 다이옥신이 퍼진 이유때문이라네,,,,,,,,ㅠㅠ

*시드니에서는 낚시를 하려면 정해진 장소에서 라이센스를 소지한분에 한해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라이센스는 낚시전문점 가면 파는데 비싸진 않다고 하네요 ^^ 용품같은건 비싼데말고 K-mart라는 커다란 대형 할인점에 가시면 아주 싸다고 합니다^^

45센치나 했던 늠름한 모습의 감성돔.

조그마한 고기지만 그래도 참돔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