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요즈음엔 웬만한 집에는 케이블 방송이 들어온다. 케이블이 아니라도 유선 방송 같은 것이 많이 들어와 이제 옛날처럼 KBS12, MBC, SBS만 달랑 나오는 가정은 많이 줄어 들었을것이라 확신한다. 아 EBS를 빼먹었군. ㅋ
미국의 방송 채널은 과연 몇개나 될까? 모르겠다. 우리에게 친숙한 CNN, ABC 등 아우 셀 수도 없고 나열하기도 힘이 들것 같아서 시도할 수 조차 없다. 하여간 지금 우리집만 해도 열 댓개는 있는것 같은데 짠돌이 주인의 특성상 아마 이게 제일 기본 채널이지 싶다. 그리고 사촌네 집에서 볼 수 있는 케이블로는 대략 한 500개 정도가 있는 것 같았다. 수십가지 요금제가 있기 때문에 아마도 요즘의 티비가 재생할 수 있는 1000 개 정도의 채널까지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때문이기도 하다. 여러나라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것들을 하나씩 집어 넣다보면 이 정도의 숫자를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일일것도 같다. 그러나 그런 이유를 떠나서라도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영화, 엔터테인먼트의 천국인 미국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티비 프로그램들은 정말 엄청난 컨텐츠들을 매일매일 쏟아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프리즌 브레이크에 열광하며 석호필이니 뭐니 할때도 전혀 그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한국 티비도 잘 안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언제나 계속해서 봐야하는 것이 티비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후에 김윤진이 등장해서 더욱 친근한 로스트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터지는 미드의 열풍.. 마침내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 열풍에 합류하고야 말았고 이제는 Heroes, Prison Break 등의 에피소드가 나오기만을 손 꼽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다. 리스닝에 도움이 될거야! 라는 자기 최면과 함께.. ㅎ

그런데 미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에는 미국 영웅주의를 많이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든 미국인이 영웅이고 미국만이 세계를 지킬 수 있고 언제나 미국 중심의 영화, 드라마, 뭐든.. 심하게 말해서 구역질 날 정도로 질리는 스토리가 아닌가. 불륜, 불치병 위주의 한국 드라마를 안 보는 것과 비슷한 이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어 핑계를 대고 간혹 티비를 켜놓고 보는데 ..
실은 오늘 또 인기 있는 미드 중의 하나인 Dr. House를 잠깐 봤다. 괴팍한 의사 양반이 나와서 희귀한 병을 가진 환자를 처음에는 삽질하고 잘못 진단하다 결국 나중에 치료한다는 내용이 주라는데 헐 오늘의 주제는 한국인이었다. 하우스가 말레이시아에서 오는 말레이시아 항공 일등석을 타고 가는데 웬 옆에 앉은 동양계가 술을 마시다가 vomiting을 계속 해댄다. 벌레보듯이 쳐다보다 갑자기 그 젊은 사람이 의식을 잃으려고 한다. 승무원이 다가가서 are you all right? 하는 순간에 기절을 하는데 계속해서 흔들더니 갑자기 한다는 말이 주위를 둘러보며
Does anyone speak Korean?
거참 오늘 미국 와서 어느날 아침에 Japanese Sea라고 버젓이 나와있는 지도를 본 이후로 두번째 기분 나쁜 날이다. 왜 하필이면 그 환자는 한국인이지? 뱅기에서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단순한 폭음에 의한 hangover로 생각하다 갑자기 여러 사람들이 같은 증상을 보이니 긴장하면서 음식이 잘 못 되었다는 둥 심지어 나중에는 성관계를 잘 못 했다, 코카인이 어떻다 까지 가다가 결말은 스쿠버 다이빙을 했었다가 비행기 탑승을 해서 압력차가 어쩌고 한 것으로 결말이 났다. 중간에 계속 그 사람이 영어를 못 하는 것을 가지고 무시하고 마치 동물을 보는 듯한 그런 태도에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한국배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전세계에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그런 영화도 만드시더니 이런식이시네..
너무 광분한 것 같지만 자주 이런 식의 영화, 드라마를 보게 된다. 그래서 또 한동안 안 보게 되고..

하여간 오늘은 지난 11월 중순에 했었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를 한다고 몇주 전부터 떠들어 댄 날이다. 예쁘고 글래머러스한 모델만이 설 수 있는 무대라 하여 아카데미 시상식 만큼이나 관심을 끈다는 쇼인데.. 이상한 영화를 보고 난 뒤인지... 뭐든지 상품화 시키고 눈요기로 만들어버리는 그들의 천부적인 솜씨에 중지 손가락을 올리고 티비를 꺼버렸다.

그런데 피터는 정말 히로와 심하게 싸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