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이 8시 반 경 늘 타던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언제나처럼 하이라인과 카플란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버스에서 만나서 서로 잠이 덜 깼기도 했고 주말을 지나고 나면 우리의 영어 실력은 고무줄처럼 줄어들기 때문에 멍~하게 컨버세이션을 하고 있었다.

 하이라인C.C 앞에서 그때까지 타고 있던 사람들 반 이상이 내리기 때문에 첨에는 좋은 자리를 못잡아도 애들이 내리면 옮길 수 있다. 그래서 늘 하던대로 애들을 따라 앞쪽으로 쭉쭉 나가고 절반 정도는 버스 밖으로 나간 상태였는데 옆라인에서 느닷없이 들리는 '끼이이익~~~~~~~~~~~~~~~~~~~ 퍼억'

 앞쪽에서는 여자애들이 비명을 지르고 '오 마이 갓, 굿니스' 다 찾았다. 소리가 워낙 커서 자동차끼리 충돌을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람이 치인 것이다.. ㅡㅡ;

 2개가 연결되어 있는 버스의 중간에 타서 앞칸의 절반 정도쯤 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사고를 직접 목격하진 못했었지만 순간적으로 같은 버스에 타고 있었던 애들 중 한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쭉쭉 앞으로 나가서 둘러 봤더니 길에 누워 있는애는 머리가 까만 남학생이었다. 우리가 멈춰섰던 버스스탑과 건널목은 불과 4~5m차이? 아무튼 아이들이 건널목에 서기 직전에 사고가 나서 일찍 내려섰던 아이들은 사고를 본 것 같았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슬쩍 얼굴을 보니 대만쪽인것 같아서 '에휴.. 어쩌다..' 하고 다시 앉으려고 하는데 카플란에 있을때 알던 여학생이 'XX야 어떡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내밀어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에게 'is he korean?'이라고 물었더니 'yes, i think so..'라고 했다. 아무래도 등교 시간이었고 하다보니 당황하고 걱정은 하지만 대부분 발길을 재촉하는 분위기였고 스윽 둘러보니 한국사람은 없고 그 여학생도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된 학생인걸 알았기에 그냥 내려버렸다. 버스가 사고 때문에 잠깐이나마 멈춰있기도 했었고..

 피를 흘리거나 정신을 잃은 상황은 아니었고 이미 친절한 미국인 3, 4명이 둘러 앉아 그 아이를 안심시키고 있었고 나는 그 중 한명에게 911에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좀전에 연락을 했고 곧 앰뷸런스가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윽고 앰뷸런스와 곧이어 경찰이 도착했고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에 실려서 병원으로 간 후 경찰이 우리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지만, 알고 보니 그 아이와 내가 아는 여학생은 서로 얼굴만 알뿐 전화번호나 주소 같은 것은 없었다. 경찰들도 나름 서두른다기 보단 상황이 상황이니 부드럽게, 천천히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참.. 제대로 말하기가 힘이 들었다.

 아무튼... 나도 그 여학생이나 그 친구의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경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나 최소한 다리는 부러진 것 같았다. 알고보니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방학이라 친구 만나러 시애틀로 온거라고.. 정황상 건너편으로 넘어가려고 했던 모양인데 우리 버스에 가려 그 아이가 건널목으로 뛰어드는 것을 우리 옆차선에서 쌩쌩 달려오던 차가 못 본 모양이다. 아마도.. 5! 4! 3! 2! 1! 할때였거나 Don't walk 신호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하이라인 카플란의 스탭 중 한명인 채드가 와서 많이 도와주었다. 나중에 그 친구 학교에 연락도 해주고.. 채드는 참 좋은 사람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솔직히 한국과 비교해볼때 이곳 시애틀은 도로에 차가 많은 편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리고 건널목이 많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 역시 수시로 무단횡단이나 한국으로 말하면 빨간불일때 주위를 슥~ 둘러보고 건너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행동이 이런 사고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더군다나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말이다. 그 친구가 불쌍했고 집 떠나 있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들을 그 친구 부모님이 염려되었다.

 학교 매니저가 알려준 팁하나.

 1. 휴대폰에 I.C.E(in case of emergency)라는 이름으로 보호자, 호스트 패멀리나 친척이든 연락처를 저장해 놓자. 매니저에 의하면 신원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경찰들은 셀폰에 ICE라는 이름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2. 이건 좀 아닌가 잘 모르겠는데 자기 주소를 적은 메모를 지갑에 넣고 다니면 좋겠다 싶었다. 미국은 불체자 때문인지 주소, 거주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역시나 오늘도 젤처음에 이름, 연락처, 주소를 불러 달라고 했다.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사실상 위험하기에 웬만하면 주에서 발급하는 아이디를 발급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월욜이라 피곤하고 그랬는데 종일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 하니.. 조심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