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 후 영어의 기초도 모르고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왔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가기 전 필리핀에서 영어의 기초를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나 또한 좋은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필리핀에 엄청 많은 어학원이 있었다.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갈 지 몰라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했는데 한 어학원이 눈에 띄었다. 디스커버리 어학원이었다. 물론 난 이 어학원의 좋고 나쁨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 어학원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유학원에 디스커버리 어학원에 대해 물어봐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 어학원을 선택하게 된 딱 한가지의 이유… 필리핀 국립대학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대학교 안에 있으면 대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수업을 시작했다. 앞이 깜깜했다.

선생님이 머라고 말하는지 알아야 수업을 하던 말던 할텐데 도통 머라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냥 아는 단어만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숙사 근처 커피숍에서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친구 한 명을 사귀게 되었다.

간호학을 전공한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와서는 한국사람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여기 와서 중국사람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에 장난으로 중국사람이라고 했더니 실망하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한국사람인데 장난친거라는 얘기와 함께 같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했고 나의 짧은 영어 실력에도 너그럽게 웃어주었다. 그러면서 그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영어에 대해서 친숙해 지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선생님과 공부한 내용을 가지고 친구와 만나서 하나씩 하나씩 써먹기 시작했고 어느덧 그것들은 나의 영어가 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도 대부분 알아듣고 내가 하는 말도 알아들어주어서 난 정말 이제 영어가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있었는데….그랬는데

이곳에 와서 공부한지 2개월째.

어느 날 갑자기 Outside Class라는 Mission이 주어졌다.

쉽게 생각했던 Outside Class. 그러나 그 뒤에는 Presentation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었다. 한국말도 아닌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영어공부를 하러 왔으니 당연히 영어로 하는게 맞지만 막상 영어로 외국인들 앞에서 Presentation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Outside Class 당일,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출발했던 수업. 필리핀에서 처음 타보는 Jeepney를 즐기며 Vergas Museum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갈 때부터 버벅 거리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어느정도 쉽게 쓰던 영어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긴장감 속에 문법 다 따져서 말하려고 하고 했더니 말이 막히는 것이었다.

시작부터 긴장하기 시작해서 Museum Officer과의 인터뷰에서는 식은 땀을 연신 흘리며 Excuse me를 계속 말해야 했다. Officer에게 부탁해서 천천히 말해달라고 했지만 들리는건… 그리고 모르는 단어가 외이리 많은 건지… ‘역시 실전영어는 어렵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차여차 Outside Class를 마치고 난 뒤 더욱 험난한 장벽을 넘어야 했으니 그건 바로 Presentation. 

한글로 만들어서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영어로 만들고 영어로 발표해야 한다는… 안돌아가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선생님을 열심히 괴롭힌 결과 4일만에 Presentation을 완성했고 드디어 연습단계에 들어섰다. 3장이나 되는 Report를 열심히 외우려고 한 결과 Presentation 당일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며 버벅거리며 발표를 해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여러 번 읽었으면 발음 연습되고 자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을, 하고 나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군대 이병생활 이후로 이렇게 긴장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힘들고 긴장은 됐었지만 Outside Class와 Presentation을 한 뒤 새롭게 많은걸 깨닫고 배웠다.

집안에서 키우던 화분도 가끔은 바깥에 내놓고 해야 잘자라는데 학원이라는 온실에서 수업만 하다보니 난 온실영어에만 익숙해졌던 것 같다.

Outside Class와 Presentation를 통해서 실제 영어감각을 깨닫고 나니 이젠 학원에서 공부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 2개월 남은 기간동안 적어도1~2번 더 Outside Class와 Presentation을 하게 될 것이고 또 어쩌면 영어로 한국어 가르치는 한글학당 훈장도(자원봉사 선생님하면 UP에서 certificate도 준다니 정말 하고 싶은데 아직은 좀 자신이 없고 두렵다). 하게 되면 내 영어실력이 왕창 늘어 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