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길을 걷다보면 아주 가끔씩 드라마를 촬영한다던지, 밥을 먹는다던지..각종상황에 놓여져있는 연예인들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그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그들은 티비에서 밖에 볼 수 없는 일반사람들에겐 경외의 대상이며 신나는 볼거리이다.

며칠전, 그러니까 화요일쯤인가.. 이 곳 시드니에서 나는 그들을 보았다. 학원을 마치고 아무생각없이 히히낙낙 걸어오고 있는 나의 눈에 포착된것은 몇몇 카메라와 함께 아주 이쁘고 잘생긴 두 남녀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었다. 허나 주위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크게 의식 안하고 지나갈라는 찰나, "어?? 쟤 고아라 아냐??야야야!!! 김범이야 김범!!!"  영어는 잘 들리지도 않으면서 주변 한국인들의 말은 듣기싫어도 이렇게 잘 들리다니ㅋㅋ 설마하는 마음에 쫄래쫄래 걸어가 그들사이에 끼어서 같이 보았다. (왠지 나이도 있고 호들갑떨면 안될것 같은 마음에..ㅡㅡ) 화보촬영 현장이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젊은 두 남녀가 시드니의 달링하버와 그렇게 잘 어울릴수 없었다.

 그때, 나는 여기가 외국이란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사람들이 연예인인지..아닌지 알수도 없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도 않은 그들에게 관심이나 있으리오.. 나를 비롯한 아주 적은 소수의 인원만이 그들을 보고 좋아할 뿐이었다. 사진기를 안가져 온것을 그렇게 후회한적이 또 있던가ㅠㅠ

 그들을 좀더 오래 지켜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호주에서도 연예인이었다. 눈길한번 주지않고 도도한 표정과 눈부시는 미소로 자리를 이동하였다. 남의 나라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인사라도 한번 하면 뭐하나 잘못되기라도 하는 모양이다.ㅋㅋ

 아는사람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Austrailia" 라는 영화 개봉에 앞서 그들 두 주인공 '니콜키드먼' 과 '휴잭맨'이 시사회차 시드니를 방문하였다고한다. 하지만 일반 극장에서 시사회하는것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한다. 니콜키드먼.. 호주에서 태어나 호주가낳은 최고의 헐리우드 영화배우.. 호주인 들의 대접은 각별했다. 도로를 통째 틀어막고 4차선도로에 레드카펫을 깔고 무대 조명을 설치, 그녀의 귀국을 너무나도 멋지게 환영하였다한다.

한국에서 만약 '비'가 와서 시사회를 한다고 그 난리를 떨었다면..차를 몰고 다니는 대부분 이들의 질타를 받았겠지? ㅋㅋ

좀 더 여유 넘치는 한국이 되었음 좋겠다 ㅠㅠ

 여튼,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고아라도 김범도 아직은 어린데다가 사람인것을, 뛰어가서 싸인이라도 해달라고, 어쩜 그렇게 시드니의 이 밝은 태양아래에서도 눈부시다는둥의 표현을 써 주었다면 그들도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낄수 있었을테고 나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을텐데 쓸데없이 크지도 않은 내 자신을 너무 크게 포장한것같아 속상했다 ㅠ

 아쉬웠다만, 일단은 이 먼곳에서 한국에서도 그닥 보기 힘든 연예인을 봤다는 것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