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생각했던 호주행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약 10여년 전 제대를 3개월여 남겨두고 군대동기로부터 우연히 접하게된 워킹홀리데이, 

1999년 당시만 하더라도 굉장히 생소했던 것이 바로 워킹할리데이였다..

당시 나는 막연히 상상만 했던 것이 아니라, 휴가다녀오는 동기를 통해 책을 사모으고, 외출과 외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비자취득에서부터, 각종할인카드, 어학원 등록, 구직방법, 최초 3개월의 생활비를 벌기위한 아르바이트 계획까지

꼼꼼하게 작전을 세우듯 노트에 하나하나씩 준비해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결국엔 개인적인 사정으로 워킹할리데이는 커녕, 그야말로 취업전선에서 잔뼈가 굵어졌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만 30살에 3개월이 모지라는 아저씨가 되었을때였다.

지금의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의 친구가 워킹할리데이로 호주에 가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되었다.

그 순간 내 가슴속에 깊숙히 갇혀있었던 무언가가 꿈들거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부터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워홀뿐이었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워홀에 관계된 책을 여러권 사서 읽고 또 읽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촉박했다..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드디어 지금의 아내인 에바에게 심정을 고백했다.. 생각외로 대찬성 이었다..

자기 자신도 무척이나 가고싶었는데, 용기가 안나서 못가고 있었단다..

용기백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서둘러 여권갱신을 하고, 비자신청, 건강검진 일사천리로 워킹비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어야하는 문제가 우리앞에 있다는 사실을 관과했던 것이다..

사실 그냥 문제가 아니라 아주 큰 문제였다.. 다시 고민에 빠졌다..

몇일 후 우린 모두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다.. 속이 후련하긴 했지만 앞날에 대한 막연한 두렴움 또한 컸다.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난데없이 외국행이라니.. (지난 일이지만, 내자식이 그러면, 진짜 어안이 벙벙하겠다.. ㅋㅋ)

교제하는 사람이 있고 같이 간다고 하니, 양가에서는 결혼얘기가 재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우리는 본격적으로 워킹할리데이를 준비하면서 몇 군데의 유학원과 여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저기를 견주어 가며,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더 둘러보자고 들어간곳이 바로 호주퍼스트 대대장 이었다.

계단을 올가가는데 갑자기 울 마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상하게 눈에 익다고 하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울 마눌께서 필리핀으로 연수를 떠날때 이용했던 곳이었다.. 사무실로 들어가 우리를 반겨준 사람은 바로 이소영 대리님~!

울마눌의 담담자였다.. 호주워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학원정보를 알차게 설명해주시니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 생각해보시고 연락주세요"라는 이소영대리님의 말을 뒤로 하며,

사무실을 나서는 우리 예비부부의 머리속엔 이미 결정이 내려져있었다.  

2009년 2월 15일  그녀와의 결혼~!!

내 생의 새로운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느즈막히 워홀을 준비하면서 서로에게 더욱더 힘이 되면서 사랑을 키워오다 이제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결혼 그리고 허니문..

우리에겐 허니문은 없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도전만이 있을 뿐이다.

자 가자.. 세상의 중심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을 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