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운타운에서 집 근처로 옮겼더니 다운타운에 갈 일이 별로 없어졌다.

백화점이나 여러가지 살 것들이 있다면야 다운타운에 가겠지만 근처에 마트도 있고 옷가지나 머 그런걸

살일이 아니라면 굳이 거기까지 갈 일이 없으니 당연하다. 가는 길에 또 다른 쇼핑몰도 있고 하니 버스타

고 왕복으로 2시간 반 여를 갈 이유가 없지. 그런 것을 보면 지난 3달간 그 먼 곳까지 학원을 다녔던 내가

참 이상하다. 언제나 시행착오는 발생할 수 있기는 하지만.. 하여간 요즘 다운타운에 가는 일은 내게 있

어 고욕이다.

그래도 또 옛날 친구들, 선생님들을 만날 일이 있거나 심심하면 또 올라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오랜만에 학원에 갔다. 더구나 내가 오까상(엄마)라고 장난삼아 부르던 Takako 상이 잠깐 학원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에, 몇몇 친구들이 마치는 날이기도 하고. 다카코 상은 56년 생으로 아들 하

나 딸 둘인가가 있는데 남편은 3년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들은 일본에 있는데 막내딸이 시애틀에

서 공부를 하고 있어 걔와 함께 왔단다. 일본인들은 미국에 6개월인가 3개월인가를 무비자로 있을 수 있

기 때문에 다카코 상은 계속해서 왔다갔다 해야한단다. 관광비자를 가지고서는 풀타임 수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 학원에서 파트 타임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고. 전직 간호사인데 은퇴하고 영어 공부를

해서 네팔 같은 곳에 봉사를 가고 싶어서 영어를 배운다고 한 늦게 공부하시면서 우리에게 도전을 주고,

맛있는 음식도 한번씩 만들어주셨던 분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그런데 시애틀의 버스 노선이 바뀌어 있었다. 뉴스에서 지하 플랫폼 얘기를 듣기는 했었는데 음..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까? 지하철 처럼 그렇게 땅 속으로 깊은 터널을 파서 대부분의 노선들이 그리로 다니게 바

뀌어져 있었다. 사실 시애틀 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보스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도시들에서 한국처

럼 8차선 10차선 같은 도도를 보기는 힘들다. 오래된 만큼이나 좁은 도로에 차는 많고 해서 언제나 트래

픽인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든 것 같다. 비록 터널이라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신호등도 없고 해서 교통사정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추운 겨울, 비까지 자주 내리는 시애틀

에서 청승맞게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더이상 없을 거 같아서 좋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