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날밤..
짐은 며칠전에 거의 다 꾸려놨지만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서 사지 모' 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쑤셔 넣기 시작..결국 25kg의 짐이 만들어졌습니다.
50L 여행용 가방 + 20L 노트북용 가방 + 적당한 사이즈의 캐리어. 혼자 들고다닐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인듯..ㅠ
마닐라공항에 도착해 픽업 나오신 분 만났을 때,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이민온 것 같은 짐 때문에..
마닐라에 오면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다 있죠. 하지만 집에 있는 걸 굳이 무겁다고 안들고 여기와서 다시 사는 것도 낭비인듯..

새로운 곳에 간다는 야주 약간의 설레임과 내 나이 31살에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라는 귀차니즘,
이럴 때가 아닌거 같은데 라는 불안감 등등으로 잠이 잘 안왔습니다.
그랬더니 비행기 안에서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이 잤습니다. 학원에서도 짐 풀고 바로 잤습니다.ㅋ

오후 2시쯤 마닐라공항 도착, 어찌할지 모르는 저를 위해 예쁜(?) 한국인 학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항 밖으로 짐을 끌고 나오는 순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그늘 하나 없는 장소에 서 있으니..
땀이 주르륵~~
에어컨이 작동하는 듯한 소리가 나는 APC차를 탔으나, 땀은 계속 주르륵~~
APC학원에 도착, 방 배정받고 짐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각 방에는 에어컨이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 작동하는 소리에 비하면 그 시원함이란..쩝...계속 주르륵~~~
시내 구경도 잠깐 하고, 환전도 하고 방에 다시 돌아왔더니 매우 피곤했습니다.

필리핀은 전기가 민영화되어 매우 비싸다고 합니다.
룸메이트는 아직 못만났고, 방의 전기료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룸메이트와 1/2로 해서..
룸메이트를 아직 못봤는데 혼자 계속 에어컨을 켜고 있기도 모하고 그래서 그냥 누워봤습니다.
아무리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납니다.

해가 지면 좀 시원해진다고 하니 참고 기다려 보지만, 딱히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밤이 되면 소리가 더 잘들리는 거 아시죠?
지나갈때마다 폭주족과 같은 굉음을 내는 지프니 소리, 앞건물 빌딩 짓는 소리
방음이 될 수 있는 유리는 없습니다.
소음, 더위, 불편한 침대 쿠션, 땀 이런걸로 잠을 자다깨다 하다 보니 룸메이트와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7일을 살고 있는데 첫날밤이 가장 최악의 날이였습니다. 가장 더웠던 날이였다고도 합니다.

APC 좋습니다. 지금은 만족합니다. 하지만 첫날의 느낌은 저러했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