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 우리두리해
• 작성일 : 2014-09-01
• 조회수 : 1309
• 추천수 : 0

아일락에서 유명하다는 파티가 있어서 꼭 가봐야 겠다 싶어 혼자서라는 모험을 무릅쓰고 가기로 했다. 클매 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가겠다고 하긴 했는데 일행

이 없어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사실 나는 나이도 많고 다들 외국인들만 있고 술도 못 마시는데 내심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따라 갔는데 정신이 없었다. 일단

KING STATION에서 모이기로 해서 역으로 6시30까지 갔다. 조금 늦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사람들이 많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 같이 모여 버스를 타고

보트를 타는 곳까지 갔다. 체리라는 곳에 내려 조금 걸어가니 보트가 보였다. 강인지 바다인지 잘 모를 곳에 내려 패스포드를 보여 주고 가방 검사를 했다. 학생

들이 엄청 많았다. 하긴 표가 다 매진 될 정도였으니, 액티비티 중에서도 보트 파티는 단연 인기였다. 아일락이라고 쓰여진 하얀색 티셔츠와 형광색 팬을 하나

씩 나눠줬다. 그리고 선글라스와 맥주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다들 맥주를 선택하길래 망설이다 맥주를 선택했다. 사실 마시지도 못하면서 그냥 기분이라

도 내자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진짜 보트는 처음 타보는데 출발하기 전에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갑자기 세월호가 생각나 약간 겁이 나기도 했다. 보트에 학생

들이 하나둘씩 타고 맥주를 마시고 형광팬으로 하얀색 티셔츠에 각자의 나라의 말과 영어로 인사말들을 쓰고 장난들을 치면서 파티 분위기가 무르 익어갔다

. 보트 밖의 풍경이 좋았다. 새들이 날고 물위에서 물고기 사냥을 하고 날씨도 좋았다. 저녁을 먹지 않아 배가 좀 고팠지만 뭘 딱히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보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트 구경 바깥 경치 구경 애들 낙서하는 거 분위기 무르 익어가는 것들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점점 흘러가고 있었다. 보트는

2층짜리였다. 일층에서 이층으로 올라가 클매를 만나고 인사도 나누고 조금씩 분위기가 익어가자 큰 음악이 나오고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조금씩 흥이

나자 보트가 출발했다. 출발하니 정말 보트 파티가 됐다. 사람들은 바에서 칵테일, 맥주, 와인 등의 술을 더 시켜서 먹고 햄버거, 소세지로 허기를 달래고 또 흥

에 겨워 춤을 추고 낙서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고 키스를 하는 연인도 보이고 날이 점점 저물어 가자 분위기는 더욱 무르 익었다. 나도 섞여 춤을 추

고 노래도 따라 부르고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나이는 어쩔 수 없었다. 금새 지쳐 구경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면서 내 나이 36이라는 숫자가 가슴에 확

와 닿았다. 내가 23살에 여기 이곳에 왔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그 나이에 나는 이런 삶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는데, 이런 파티, 이런 젊음이 참 부러웠다.

어두워지자 조명들이 밝아지고 CN타워와 로저스까지 건물들의 조명과 강 위의 보트, 음악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사람들은 술 기운과 분위기

에 취해 더 흥에 젖어 들었다. 나도 피곤했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내가 정말 외국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다. 캐나다의 파티 문화는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과 호주와 캐나다는 이렇게 다르구나. 뭔가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자유롭고 편안한 듯한 분위기 속에 경쾌함이 살아있다. 젊음이 느껴진다. 질척이지

않고 산뜻한 느낌이 좋았다. 보트가 그렇게 3시간여를 흐르고 있었다. 밤이 되니 쌀쌀해 졌지만 사람들은 그런 건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들 파티에 열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아일락 액티비티에 참여한 것이었는데 19달러를 낸 게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 즐거운 파티였다. 보트도 타고 신나

는 춤도 추고 오랜만에 파티 다운 파티에 다녀온 것 같다. 시원한 바람도 쐬고 경치도 구경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다른 액티비티도 많이 해보고 싶어졌다. 한국

친구나 친한 외국인 친구라도 빨리 한 두명 생겼으면 좋겠다. 같이 액티비티를 하러 다닐 친구가 있으면 좋을텐데 내가 친구 사귀는 능력이 현격히 부족하다.

적극성의 부족인데다가 나이가 계속 걸린다. 다들 또래끼리는 금방 친해지는데 나는 쉽게 친해지기가 힘들다. 내가 돌아다니는 걸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

탓도 있겠지만 이제 믿고 아일락 액티비티를 많이 해봐야겠다. 일단 홈스테이부터 좀 옮기고, 집이 머니 액티비티 하기가 좀 많이 불편하다. 그래도 정말 즐거

운 파티였다. 다음 날은 피곤해서 결국 지각을 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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