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의 짧은 연수였지만 이번의 경험을 계기로 세상을 더 넓게 보는 안목을 지니게 되었다. 필리핀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이기에 그곳에서 쓰이는 영어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국보다 다양하고 생생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어 어학연수를 신청하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에게 대학시절에 남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우선 연수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 연수를 가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냈을 좋은 친구들을 알게 된 것도 좋았고 어학원에서 튜터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영어도 쓰고, 다른 문화 속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되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몸소 체험하게 된 것도 좋았다.

어학원에서의 생활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8시 수업을 시작으로 5시까지 수업을 하고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자율학습으로 하루가 빨리 지나갔다. 3시간의 그룹수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1:1 수업이었다. 1:1 수업의 장점은 튜터가 나의 발음이나 문법상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기 때문에 잘못 쓰고 있는 영어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것과 영어를 쓸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4주의 수업은 짧을 수 있지만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어학원에서 자율학습 시간을 정해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게 한 것도 자신의 개인적인 공부나 그날의 숙제 등을 할 수 있어서 나태해 질 수 있는 나에게 긴장감을 주었다.

어학연수의 본래의 목적은 영어를 공부하러 간 것이지만 언어를 배우는 것과 동시에 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나는 한 달 동안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수업이 없는 주말에 어학원 안에만 있는 것은 한국에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주말에 튜터들과 약속을 잡아 친구들과 함께 동행하여 밖에 나갔다. 튜터들은 우리들이 잘 모르는 정보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있었던 필리핀 지역의 전통과자나 음식 등을 소개해 주었고, 가볼 만한 음식점과 유명한 장소에 데려가 주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생소한 것들을 즐기며 기념할 만한 사진도 찍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또 튜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영어를 쓰는 기회도 많아져서 생활영어도 많이 늘고 영어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많았던 우리 일행을 밖에 데리고 다닌 튜터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들에게 우리는 자기 나라에 온 외국인이고 우리는 그 나라의 문화 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 심정이었을 수도 있다. 사소한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어야 하고 주의사항을 알려주고...혹시나 우리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함께 있었던 튜터들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으므로 꺼릴 만도 한데 그들은 흔쾌히 우리와의 약속을 받아들여서 속으로 참 고마웠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수료식을 마치고 잠시 정들었던 어학원을 떠나기 전에 같이 수업을 듣거나 우연히 알게 된 어학원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아쉬운 마음이 컸던지라 몇몇 친구들은 메신저로 친구 등록도 하고 그렇게 인연을 유지해나갔다.

마지만 일정인 보라카이 여행^^ 한국도 빨리 돌아가고 싶고, 말로만 듣던 유명한 보라카이도 가보고 싶고...그래서 마지막 주는 그리움 반 설레임 반으로 가득 찼다. 사진으로 보던 보라카이는 넓고 긴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해변이었다. 혹시나 실물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 까 하는 괜한 걱정을 했는데 역시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었다. 한국의 바다도 아름답지만, 보라카이의 이국적인 모습은 가히 매력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대부분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이었다. 역시 관광명소구나, 제대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찰나였다.

첫날은 해지기 전에 보라카이를 한번 둘러보고 저녁 식사 후에 그 주위를 구경하였다. 다양한 음식점과 편의시설이 있었고 그곳에서 나오는 불빛들은 보라카이의 자연미와 더불어 멋진 야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다음날에는 배를 타고 나가서 호핑도 하고 낚시도 하고 바다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겁이 많아서 호핑은 못하고 구경만 했지만 그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낚시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른 친구들은 귀여운 열대어들을 여러 낚았지만 나는 별 수확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김이 빠졌다. 하지만 그 다음에 탄 바나나보트 덕분에 즐거운 기분이 회복되었다. 그렇게 해가 저물 때까지 모래찜질도 하고 사진도 찍고 보라카이에서의 추억을 만들었다.

필리핀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점, 즉 다시 말해서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느긋함이다. 그들은 시간에 속해있지 않았다. 한국은 바쁘고 여유가 없다고 하면 필리핀은 마음의 여유를 찾아주는 나라인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상의 조급함에 조금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런 여유가 나에게는 휴식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큰 욕심이나 걱정 없이 인생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필리핀은 부유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가난에 대해 크게 불평하지 않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 같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기에 지금 필리핀을 떠올리면 나는 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평소 여러 걱정들로 너무 내 자신을 옥죄왔던 것에 대해 나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 나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즐기지 못했다면 의미가 없듯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어학연수를 계기로 나의 가치관에 변화가 왔고 나에게 좋은 발전이 된 것은 확실하다. 내가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잊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며 이런 기회를 준 경북학숙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