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온지 3주쯤 됬을 때에 SM몰에 영화를 보러 갔다.

나름 먼 해외까지 와서, 일상적인 외출을 한다는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은근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 세부에 아얄라몰과, SM몰,

그리고 필자 세부라운지 근처 가이사노 컨츄리몰 안에는 확실히 영화관이 있다.

 

세부에서 영어 공부를 하며 지내는 동안에 한번씩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이제 막 처음 영어공부를 시작한 사람에게도,

그리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학생에게도..

모두 좋은 자극을 심어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이제 막 영어공부에 발걸음을 디딘 사람이

자막도 안 나오는 영화를 선택하여 2시간여를 쓰고 오는 것은

주말 내내 아침부터 채널50번 CNN을 틀어놓고

눈알이 튀어나올새라 열심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어도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화만 나는 것과 똑같은 기분이긴 하다.

3년 전 내가 이 곳에 왔을 때, 마침 해리포터가 개봉해서, 그저 좋다고

한국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보고 좋았던 기억만 생각하고 갔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만 보고, 새로운 스토리를 쓰고 온 것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그런 씁쓰린 좌절감을 맞볼 지언정,

나는 한번쯤은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뭐가 뭐라는건지 도무지 모르는 캄캄하고 답답한 영화관 안에서

나 빼곤 다들 잘 알아듣는 듯한 필리피노들의 같은 타이밍의 웃음소리와

즉각적인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기도 하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구나 하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물론 이제는 어느 정도 알아듣고 이해하니까 즐거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역시나 빠르고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마다

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자극을 심어 주어서,

자기가 속한 학원 내에서 내가 좀 높은 위치에 올라 있어서

상대적으로 좀 거만한 기분이 들지라도,

곧바로 잔인한 현실을 뼈저리게 직시시켜줄거다,ㅋㅋㅋ

 

나 역시도 그 살 떨리는 전율을 잘 느끼고 왔다.

운이 좋게도 영화를 보러 갔는데 마침 내가 좋아라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그래도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인데, 좀 듣기 낫겠지..

생각하고 덜컥 골랐다가 완전히 제대로 낭패를 보고 왔다.

어찌나 빠르던지...ㅋㅋ

성우에 영화 '마스크' 에서 주연을 맡았던 짐 캐리어가 참여했다는데..

정말 열심히 만화책 보듯이 그림 보고, 소리만 듣다가 왔다.ㅋㅋㅋㅋ

중간에 주인공이 천~~ 천히 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딱!!! 그 한 문장만 귀에 들려왔던 것 같다,ㅜㅜㅜㅜㅜ

 

세부에서 영화를 보러 가면,

팝콘에 치즈가루를 뿌려주는 곳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다소 생소한 맛이라서

좀 많이 짜긴 하지만, 한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

 

조만간에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 '비' 가 출연한 영화 '스피드 레이서' 라던가??

세부에서도 방영한 '풀하우스' 드라마로 인해 비가 유명해진 때문인지,

세부에서도 곧 이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던데...

'비'가 나오긴 해도.......... 당근 외화다,ㅋㅋㅋ 그러므로 영어다..

먼 타국에서 우리 나라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개봉하여 보게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색다른 기분이 들게 할 것 같다.

개봉하면 꼭 보러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