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도착한지도 어느덧 한달.
남들은 도저히 오래 먹을 밥이 못 된다고 불평한다는 CELI학원 밥도
그다지 심한 거부감 없이,
살이 찔 정도로 잘 먹고 잘 싸고,ㅋㅋ 지냈던 것도 잠시...
드디어 호환마마보다 더 두렵다는-ㅁ- 그 두려운 물갈이가 내게 찾아왔다.
그런데 이 것은 꼭 장담하듯이 얘기할 수만은 없는게
학생들에 따라서 개인차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학생들은 집에 갈 때까지도 큰 무리 없이
그저 초반에 설사^^; 몇 번 한걸로 가볍게 지나간다는 사람도 있고..
또 게중엔 나처럼 한번 찾아오면 사람 잡고 지내보내야 하는 사람도 있는 듯 하다.
내 경우엔 3년 전에 세부에 왔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50여일 가까이를 너무 심할 정도로 물갈이를 치뤘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티쳐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딱히 의지할만한 친구도 없고 해서 더 힘든 시기를 보냈었던 것 같다.
사람이 3일 이상 심한 설사를 하게 되면 탈수 증세를 보인다고 하고,
5일 이상 지속되면 필히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에 따르면,
50여일 가까이를 내내 설사를 하고 지냈던게
얼마나 심각한 일이었나 짐작해볼 수 있을 거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듯이, 난 말짱히 잘 먹고 잘 지내다가
한 달쯤 지났을 때에 귀신처럼 알고 물갈이를 치뤘었는데..
함께 온 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증상을 보인 것을 보면
자기 딴에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방심하긴 이른 것 같다.
그러므로 한국에 있을 때부터 특히나 장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소화기간이 약한 편이었던 사람은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대처도 잘 했고, 충분히 휴식도 취하고 해서인지
일주일 정도 남짓 되는(남들은 이것도 대단히 길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기간동안에만 잠깐 고생을 하고 좋아졌었는데...
50여일 고생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악몽이 아니라 지옥과도 같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라는 개념이 없이 하루에 20번 이상을
밤과 낮을 안 가리고 쉬지 않고 화장실을 다녔었는데,
1:1 수업 2시간 사이에도 3-4번씩 화장실을 다녀와야 해서
스스로에게도 피해이고, 티쳐에게도 여간 민폐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한번 신호가(-_-?) 오면 배를 틀어 쥐어 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화장실 안 가고 그 자리에서 5분을 참기가 상당히 심한 고통이 된다.
아플 것이 두려워 밥을 먹지도 못하는데도, 먹는 것도 없는데
신기하리만큼 멈추지도 않고 화장실을 갔다.
이런 이야기까진 좀 그럴지 모르지만,
똥이 용액화 되는건 시간 문제고, 색깔 자체가 녹색에 가까워진다-_-
다른 사람이 말하기를,
변 색깔이 녹색으로 바뀌는 것은 이질, 아메바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생?? 여튼 단순한 지사제보다는
세균 죽이는 성분이 있는 약을 먹는 것이 좋다.
같은 1:4 수업을 듣는 클래스 메이트 언니같은 경우는
거의 한달 가까이를 모든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할 정도로
심각하게 아팠었다. 거의 3년여전의 내 모습을 보는 기분..ㅠㅠ
2달 정도 연수를 왔는데 한달을 아프고 간다고 상상해보라...
아무리 필리핀이 싸네 어쩌네 해도,
수업료에, 생활비에, 용돈까지.. 최소 120만원 가까이는 깨지는데...
그 돈을 그저 침대 위에 누워서 골골 대거나,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ㅠㅠ
끔찍하지 않은가???
난 그래서 이번에 올 때에는 다른 약은 몰라도
지사제 만큼은 죽자사자 10알을 챙기고,
매실 원액을 500ml 쥬스병에 챙겨 왔었는데...
내 지사제는 별로 효과가 들지 않았었다..ㅠㅠ
다행스럽게도 먼저 심하게 아팠던 클래스 메이트 언니가
먹고 좋아진 약의 나머지를 준 덕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별히 어느 회사 약이 좋다.. 말은 못하겠고,
그냥 장사로 약을 파는 약국 말고, 약사가 상주하는 약국에 가서
확실하게 물갈이에 효과가 좋은 약으로 준비해 오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물갈이로 아픈 기간 동안에,
물론 너무 많이 아플 때에는 피치 못하게 수업을 빠지기도 했지만,
되도록이면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려고 하지 않고,
다행히 학원도 가까운 덕분에 자꾸 일부러라도 활발히 움직이려고 애썼고,
그냥 잘못된 상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설사를 멈추게 하는데 좋다는 엄마의 말씀에 따라
바나나와 초콜렛을 꾸준히 사먹으려고 애썼다.
이곳 세부의 초콜렛은 정말 심하게 비싸서 ㅠㅠㅠㅠㅠ
거짓말 안 보태고 한국의 어지간한 초콜렛 보다도 한참 더 비싼데..
물갈이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초콜렛을 사와서 쟁여놓는 것은 좀 오바인 것 같고,
바나나가 정말 싸고 맛있으므로 많이 사먹으면 좋을 것 같다.
바나나가 꼭 지사에 좋은 것이 아니다 하더라도,
물갈이로 인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면,
몸 안에 있는 여러가지 영양 성분도 많이 빠져 나가고,
탈수로도 쉽게 몸이 지치게 되므로, 일부러라도 자꾸 먹어주면 좋지 싶다.
나는 초반에 엄마가 챙겨주신 매실 원액을 계속 물에 섞어서 타먹다가
나중에는 현지 티쳐들의 추천에 따라,
물 대신에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만을 꾸준히 사먹었다.
그게 스포츠 음료라서 몸에 영양도 공급해주고,
그냥 현지 물을 먹는 것보다 더 안전해서 그런가보다.
여튼 지지난주부터 지난주까지 계속 고생을 하다가
이제서야 좀 잠잠한듯 지내면서, 여전히 게토레이를 사서 먹고 있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공부하고자 온 것인데
긴 시간을 아파서 고생하게 되면,
아파서 힘든 것도 아픈 거지만, 정신적으로 동시에 받는 스트레스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지치고 힘들어 진다.
별거 아닐 거라고 쉽게 간과하지 말고,
여학생일수록,
본래 내장 기관이 좀 약한 학생일수록 주의하는게 좋을 듯 해서 따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