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괜찮았던 몸이 세부로 출발하기 하루이틀 전부터

갑자기 감기에 노출되는 비상상태를 맞았었다-_-

짐을 꾸리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느라 아픈 몸을 챙길 수 있었을리 만무..

게다가 긴 시간여의 여독마저 하룻밤에 풀리기를 기대하긴 너무 일렀다.

아니나 다를까...

디플로멧 호텔의 빵빵하기로 유명한 에어컨은

나의 이런 상황에는 별로 도움이 안됬다, ㅠㅠㅠㅠㅠㅠ 오히려 악효과~

(그러나 더위 많이 타시는 분들께는 CELI 기숙사의 조건이 정말 최상급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손수건을 목에 감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잔~ 뜩 나빠진 목을 부여잡고

새벽 6시부터 룸메이트가 준비하느라 부산한 소리에 눈을 떴다.

도착한 날 픽업 직원이 주고 갔던 종이가

당장 다음날 필요한 일정이었을거라곤 생각을 못 했었던터라,

그냥 간단한 학원 소개글 정도일거라고 여겼는데...ㅠㅠ

룸메이트가 수업을 가고 나면 좀더 자서 여독을 풀 작정이었는데,

8시까지 학원 로비 앞까지 가야 한다며 알려주는

룸메이트의 말에 깜짝 놀라 부랴부랴 준비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정말 힘들고 기나긴-ㅁ-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우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모두들 가장 두려워하는 레벨테스트에 관해서..!!

Writing 레벨테스트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수월한 편이었다.

이전에 씨필즈에서 거의 파일 수준의 책자를 넘겨가며,

리스닝 1시간, 문법+독해 등등을 골고루 섞어놓은 듯한 문제를 낑낑대며 풀었던 것에 비하면

3-4장을 웃도는 부담없는 양에, 많은 양의 객관식을 포함한...

뭐랄까..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딱히 평가하긴 어렵지만,

내 기억 속의 씨필즈의 레벨 테스트보다는 한결 마음이 가벼운 레벨 테스트였던 것 같다.

Writing 테스트를 마치고

오전 내내 한 강의실 안에서 지겹도록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ㅠㅠ

학원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나, 기본적인 수업틀에 대한 설명, 여러 부가 수업들 소개,

호텔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내용들.. 등등...

이곳에 다 소개해버린다면, 기나긴 OT가 한층 더 힘겹게 느껴질거라 사료되므로 패스!!

 

우리와 같은 날 도착한 배치메이트로는 일본인 3명과, 특이하게도 인도인이 1명 있었다.

타카상, 유키상, JK상은 일본의 Autobox라는 회사에서 함께 온 동료로써

한달간 이곳에서 연수를 마친 후, 각자 미국, 영국 등지로 파견 근무를 나간다고 했다.

그냥 대학생 신분으로써 공부하러 온 우리가 이렇게 다른 국적과, 다른 위치의 사람들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였다.

인도인 학생은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인데,

앞으로 필리핀 내에서 (유명한) 산카를로스라는 성당을 통해 선교할 목적을 띄고

이렇게 영어를 배우러 온 것이라고 했다. 그의 웃음은 정말이지 밝았다,ㅋㅋ

 

점심을 먹고 1시부터 Speaking 테스트를 했다.

난 그 사이에 벌써 현지에 다 적응된 사람처럼

학원 라운지에 마련된 소파가 너무 아늑하게 느껴져서 한숨 곤히 잘 자고 일어났다-_-

전날 공항에서 만났을 때 일본인 3명은 정말 유창하게 영어를 잘 하는 것 같아서

우린 우리도 모르게 잔뜩 쫄았었는데, 특이하게도 모두 거의 같은 레벨인

Speaking level 4를 받았다.

우리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우리 각자의 실력이 모두 좀 다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해서 같은 레벨이 나오게 된 것인지 모두들 의아해했다.

나는 각각 Writing에서 레벨5를, Speaking에서 레벨4를 받았는데,

Speaking이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Writing 레벨이 높으면

그에 적정한 수준임을 고려하여 Speaking 레벨을 부여한다는 것 같았다.

나는 Speaking 레벨 테스트장에 들어가자마자 이것저것 까불면서 수다를 떨어댔는데-ㅁ-;;

막상 정작 중요한 테스트의 일부인 '그림설명하기'에서는

매우 가난한 단어실력과, 한 그림당 1-2문장의 제한된 문장력을 구사하여-_-;;

레벨4를 받아오기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ㅠㅠㅠㅠㅠ

 

그것이 어쩌면 내가 이 곳을 다시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생활 회화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시사쪽이나, 조금만 무거운 주제로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다는 것..!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어가 아니라, 진짜 잘 하고 싶어서!!

나는 다시 연수길에 올른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부여받은 레벨에 의해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클래스메이트들과 새로운 선생님, 그리고 새로운 생활..

모든 것이 나로 하여금 기대로 가득 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