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처음 신청할 때 몇 인실 방으로 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2인실 방과 3인실 방의 장단점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겠습니다.
C&C는 수업을 하는 큐비클과 독서실, 3인실 방이 있는 메인 빌딩과 2인실 방들만 모여있는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 사람이 한 방에 지낸 다는 점만 제외하면 3인실은 장점이 많습니다 2인실의 장점이 두 사람만 산다는 점만 빼고 좋은 점이 뭐가 있는지 찾기 어려운 만큼요.
뜨거운 물도 잘나오고 빨래도 빨리 돌아오고 2인실 최대 단점 중하나인 공포의 닭소리도 들리지 않고 무엇보다 다른 건물로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계단만 오르면 숙소로 갈 수 있습니다. 번잡한 것만 싫어하지 않는다면 돈도 아낄 수 있고 3인실에서 지내시는 것을 추천 드리고 싶네요.
저 같은 경우는 멋도 모르고 “2인실이 돈도 더 많이 내고 인원이 한 명 적으니까 더 좋을거야 으허허허헝”하면서 2인실 방을 신청했는데 까다롭지 않은 무던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닭 소리 때문에 크게 고생했습니다. 2인실 건물 근처에 닭들이 살고 있거든요.
"닭소리가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 거냐. 나 시끄러운 곳에서도 잠 잘 잔다."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필리핀의 닭은 무섭습니다.(솔직히 닭들이랑 맞짱 뜨고 싶었는데 쌈닭이라 그런지 덩치와 포스가 장난 아닙니다. 제가 질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흐흐)
새벽뿐만 아니라 밤 11시 부터 새벽 5시까지 쉬지 않고 미친 듯이 우는 것이 생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닭을 꼭 죽이고 가겠다는 학생들이 태반인 것만 봐도 수면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도 시일이 좀 지나면 익숙해지는데, 익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고단하여 별로 추천 드리고 싶진 않네요.
그리고 2인실은 메인 빌딩 옆의 별관에 있기 때문에 뭐하나 놓고 오면 가지러 가기가 상당히 귀찮습니다. 거기다 별관 3층이 자신의 방이라면 그건 뭐 죽음이죠^^.
But,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에 별관과 메인빌딩을 연결하는 계단이 생겨서 접근성은 상당히 편리하게 좋아졌습니다. 이 점 참고해주세요(나 처음 왔을 때 만들어주지....흑)
방 구조는 그냥 평범해서 뭘 언급해야될지 잘 모르겠네요. 욕실에 대해 말하자면 물에서 가끔 요상망칙한 냄새(똥냄새)가 납니다. 그건 C&C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필리핀 전체의 문제인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또, 정전도 가끔 일어나고(이건 나쁘지 않아요. 무슨 이벤트 같아서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나쁜 점은 가끔 화장실에 물이 안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건 C&C에서 겪었던 최고의 재앙 중 하나입니다. 샤워도 할 수 없고 화장실 물도 내릴 수 없고 손도 닦을 수 없어요.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제가 3개월 동안 머무는 동안 한 5일 정도?) 그때의 상황이 너무 강렬해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물의 소중함을 몸으로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_-;
이런 소소한 것들만 빼면 시설은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네요. 에어콘 시설도 잘 되어있어서 건물 내에서 더위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습니다.
마무리하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참 C&C 생각이 많이 납니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낸 것도 처음이고 또 최초의 해외여행이기도 하거든요.
초반에 물갈이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았을 때는 한국 가고 싶다고 집에 떼를 써서 집안을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러운 일이네요 흐흐. 그 위기를 극복하고 나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고 친한 사람들이 생기니까, 그 이후부터 C&C 생활이 참 재밌어 졌습니다.
친한 언니 오빠들과 떠난 세부여행은 물론이고, 사실 C&C에서 있었던 하루하루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네요.
금요일에는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을 생각에 설레서 공부에도 집중이 잘 안되고 그랬는데 말이죠^^
여기 와서 참 좋았던 것은 영어실력이 늘었다는 것 외에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입니다. 로비 매니저님, 수 언니, 다니엘 오빠, 노벨 오빠, 대니 오빠, 사비나, 제이 오빠, 아담 오빠, 한국에서부터 같이 온 데이비드 오빠와 메리 언니 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네요. 이분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어서 제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필리핀에서의 공부를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또, 날 성심성의껏 가르쳐줬던 튜터들 오뎃, 마이클, 마크 레스터, 로다 이모에게도 감사인사 드리고 싶네요.
오뎃 선생님께서 영어로 된 후기도 쓰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그것은 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서 나중에 한 번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하지만 정말 장담은 못해요...또르르.....지금 마하의 속도로 영어를 까먹고 있거든요..또르르..)
제 인생의 가장 반짝이는 순간 중 하나가 된 C&C.
혹시 여기에 올지 말지 고민 중이시라면 저는 눈 딱 감고 저지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다시 3달 전으로 돌려놓는 다고해도 주저 없이 이곳에 올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다니엘 오빠의 재촉에 지금 새벽 4시까지 타자를 붙잡고 있습니다. 졸면서 쓰는지라 제가 지금 제대로 쓰고 있는지 발가락으로 쓰고 있는지 감이 안 잡히지만 횡설수설 이상한 부분이 있어도 애교로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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