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8(토) 멘붕의하루

 

 금요일밤, 잠이 오지 않는 리아나 언니와 나는 새벽까지 영드<닥터후>를 보고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두번째 화를 보고 있던 중 밖에서다른 언니들과 송별회를 하고 온 니나가 문을 두드렸다. 

니나는 그동안 같이 지냈던 룸메이트가 한국으로들어가 많이 슬퍼했고 우리는 니나를 달래주고 방으로 돌아왔다. 

 

<닥터후>를 마저 보고 새벽 3시쯤 잠든 우리는 7시쯤 니나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잠을 깼다. 

정신이몽롱한 상태에서 앉아 있던 우리는 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을 알아챘다. 

어제부터 배가 심상치 않았던 나는피부두드러기는 조금밖에 나지 않았지만 리아나 언니는 피부가 약해서 인지 나보다 심하게 났다. 

 

자고 나면좀 괜찮아 지겠지 싶었던 우리는 다시 잠을 청했지만 나는 언니가 잠든 지 몇 시간이 지나고 12시쯤잠이 들었다. 

하지만 1시쯤, 밖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우리는 두드러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꿈을 꿨나? 싶었던 우리는 씻고 연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연수일기를 한편 반쯤 썼던 오늘 퍼레이드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음악에 이끌려 밖에 나왔다. 

필에이스 문 바로 앞에서 퍼레이드를 보다가 끝날 때쯤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다.

침대 위에 놔두었던 LG 그램 노트북을 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화면이 떴다. 


노트북의 마지막 사진...(아련)

어떻게 눌러도 본래의 화면이 뜨질 않아서 멘붕이 되었던 나는 이곳 저곳에 물어보고 다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한국에 있는 지인에 의해 노트북이 회생불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지 몇 달도 되지 않았고 공부한 걸 다 정리한 노트북이 회생불가라는 소리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큰 도움을 주신 지인 분은 월요일에 한국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새 노트북을 배송 받거나 현지 수리점을 가야할거라는 조언도 잊지 않으셨다. 

LG 그램이 종종 이런 일이 생겨 소송을 걸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카페도있다던데,, 

 

노트북을 다시 받거나 고쳐야 한다는 사실에 눈 앞이 아득했다. 

세네시간 동안 노트북을 고치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지친 나는 방에서 멍 때리며 앉아 있는데 누군가에게문자가 왔다. 

저번 주에 sub 선생님으로 한번 만난 Joie의 문자였다. 

 

한번 밖에 만나지 않았던 그녀는 나에게 자기가간다며 편지를 달라했고 주말에 술을 먹자고 했다. 

계속된 제안에 나와 배치메이트들은 그녀를 만나기로했지만 계속 편지를 달라는 둥, 

선물도 같이 달라는 문자들에 약속을 취소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내가 멍 때리고 있을 때, Joie는 너가 약속을 했으니일요일이라도 만나자며 !와 함께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순간가끔 못된 선생님들이 술을 먹자고 한 뒤 학생들에게 다 돈을 내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물론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이 더 많다) 내가 필리핀에서 영국을 간다는 얘기를 할 때 선생님들이 ‘너 부자구나!’하곤 했는데 

그것 때문이구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 

정말 끔찍했던 하루를 보냈는데 이런 문자마저 받으니 열도 솟구쳤다. 

 

컵라면에 소주가 땡기는 하루였다. 비 온 뒤 날이 개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