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그리고필리피노.
라운지에서의 우리, 갑작스레 연장된 우리의 라운지 숙박, 그 목적은 ‘몰 오브 아시아’에가는 것!
우리가 라운지에 방문한 것은 금요일의 어느 한적한 오후였고, 라운지에는‘주’만이 숙박하고 있었다.마닐라,
아니 필리핀이라는 낯선 곳에 도착한 것 자체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는,
일전에 서술했듯 어지러운 혼란 속에 겨우겨우 도착했었다.
때문에우리의 원래 목표는 언젠가 한번쯤 와봐야 했던, 그 좋다는 ‘마닐라라운지’에서 1박을 한 후에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의 무수한 대화들로 우리의 계획은 조금 바뀌게 된다.
맛있는 저녁을 먹은 후의 우리는, 학생이라고는 우리 셋밖에 없는 고요한라운지에서,
내가 필리핀에서 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한적하고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매니저님께서 내주신 아이스크림 후식까지 싹싹 비운 우리 세 사람은 라운지의 안락한 소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했다.
주는 우리가 겪었던 짧았던 이야기들을 즐거이 들어주었고, 우리는주의 짧지 않은 이야기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경청했다.
주는 필리핀과,필자라운지, 그리고 따가이따이에 관한 여러 가지 유용한 이야기들을,
그녀의 지난 소중한 추억들과 함께 유려하게 늘어놓았고, 우리의 첫날밤은그렇게 즐거이 갔다.
그리고 다음날 1박2일만숙박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바뀌어 있었다.
우리들은 오늘 미리 잡아놨던 따가이따이에서의 일정을 취소하고, 마닐라의 ‘몰 오브 아시아’에가기로 했다.
몰 오브 아시아. 주는 그곳을 두고 거대한 복합 쇼핑 센터로서, 아시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주의 경우는 이미 서너번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그곳을 다녀온 이로서, 우리의 안내역을 기꺼이 자청해주었다.
라운지의 바로앞으로 나가면 택시기사 아저씨께서 우리를 불러주신다.
이곳에 계시던 기사님은 우리가 만난 유일하게 양심있는 기사님으로서,
40페소의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100페소를낸 우리에게 40페소를 거슬러주셨다.
거스름돈을 제대로 거슬러준것이 양심 있는 것이었나?
나는 그를 두고 ‘양심’을 논하기에도 민망한 ‘기본’이라고생각해왔다.
하지만 마닐라의 기사분들은 잔돈이 얼마가 나오던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다고 한다.
뭐 어쨌든, 우리는 기분 좋게 ‘몰오브 아시아’ 그 거대한 복합 쇼핑 센터에 도착하게 되었다.
.jpg)
몰 오브 아시아와 필자라운지는 무척이나 가깝다.
10분 정도-, 길이 아무리 막혀도 30분은 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다.
가는 도중 보이는 마닐라 번화가의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찍어 누를 듯 거대한 건물의 외관에, 조금은 주눅들어쭈뼛쭈뼛 들어갔다.
필리핀의 모든 곳이 그러듯이, 건물입구에는경찰 분 들이 서서 우리의 짐과 몸을 검사했다.
다른 곳들과 비교해 좀더 특별한 점이라면, 경찰 분들께서 꼭 2인 이상 짝지어 계시다는 것과,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 정도. 우리는 드디어 몰 오브아시아의 내부에 들어섰다.
우리가 가장 처음 들어선 곳은, 한국에도또 따가이따이에도 있었던 ‘마트’. 슈퍼마켓보다 큰 형태의슈퍼슈퍼마켓(SSP.).
그리고 과연 몰 오브 아시아의 이곳은 지금까지 봐온 곳보다 훨씬 컸다.
실토컨데, 우리는 조금 우습게도 마닐라의 모든것에 대해서 걱정하고있었다.
주로 마닐라의 그 위험하다는 치안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기에우리는 교통비 포함 총 1800페소 정도만 들고 갔었다.
언뜻보기에 큰 단위처럼 보이지만, 마닐라,
그것도 아시아 최대복합 쇼핑 센터라는 몰 오브 아시아에 가면서 겨우 그 정도만 들고 왔다는 것에는
필리피노 선생님들을 비롯한 모두가 웃었었다. 변명하자면, 우리는 1박2일,
그것도 돈 쓸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라운지에서의 숙박만 기획하고떠나온 것인데다,
몰 오브 아시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햇병아리 필리피노 였기에 괜히 많이 들고가는건아닐까 하는 소모적인 걱정이나 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 목적은 전날 새로 사귄 친구 주에게 가이드를받으며 ‘익숙해지는 것’이 주 목적이었기에-
큰 무리가 있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역시 여러모로 아쉬운 것은 어쩔수 없었다.
만약 마닐라의 필자라운지를 방문해 숙박하며, 몰오브 아시아와 다른 곳까지 갈 이들은 좀더 많이 들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2000페소 이상.
몰 오브 아시아는 말이 복합 쇼핑 센터지, 백화점 서너곳이 한데 묶여있는 건물 여러 개가 모여있는 모양인데다,
거대한 관람차나 회전목마 등의 놀이기구, 거기에 갖가지 종류의 식당과 휴게시설도 갖춰진 초대형, 최고급 ‘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우리가처음 들어간 건물이 ‘마트’와도 비슷한 모양새라고 했던가.
그곳의 문을 통해 뒤쪽으로 들어가자 나오는 ‘필리핀 내부의 작은세계’에 우리는 아찔함을 느꼈다.
.jpg)
이를테면 우리가 한국에서봤던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기묘한 착각이 들었다.
바깥과는 아예 격리된, 이들만의 조그마한 세계. 그 안의 모든 것 들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웠으며, 거대했다.
외부와는 아예 격리된 그들만의 공간에서, 우리는 아주 안전하고 또 편안하게 여러가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한국의왠만한 명품샵과 거리들보다도 훨씬 많은 수와 고급스런 상품들이 각각의 브랜드 네임아래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는이름만 말해도 알만한 수많은 명품샵에 들어가며 여러가지를 구경하며 즐거워했다.
주의 안내를 받아 없는것이 없을 것 같은, 말그대로 ‘Mall of Asia’를즐겼다.
물론 가져간 돈이 많지 않아서, 우리는 주로 구경하는쪽이었지만 말이다.
몰 오브 아시아를 전부 돌아본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새 시간이 많이늦어져 있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늦어진 일정이었다. 돌아가기전 이곳 저곳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는데,
한쪽에서 엄청스레 웅장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둥둥둥둥-..
귀를 멀게 할 것 같은 북소리와 함께, 으레들 상상하는 퍼레이드의 그것과 같이 현란하고 귀엽게 뿅뿅거리는 기계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저도 몰래 귀를 막아버릴 정도로 커다란 그 소리가 한동안 지속되었고,
우리는펜스로 구름때처럼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 너머로 해맑게 웃으며 북을 울리는 필리피노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들을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그들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그 해맑은 미소가 두둥실 떠있었다.
내가 필리핀에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필리핀 분들은 우리에게언제나 해맑은 미소만을 보여주었다.
택시기사님도, 트라이시클운전기사님도, 그리고 방금 전 그 퍼레이드의 주인공분들까지도 모두가 즐거워보였다.
나까지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그 환하고 맑은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내어 주셨다.
잠깐의 축제를 뒤로하고, 우리는 우리를 반겨줄 따스한 집, 라운지를 향해 돌아가기로 했다.
몰 오브 아시아는 매우 컸으므로건물을 빠져나가는 길 역시도 길었다.
잠깐 들린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쿠키 샌드를 사먹고, 나가는 길에 운 좋은 우리들은 또다시 흥겨운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둥글게 어떤 가게의 앞을 둘러싸고 있었다. 우리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들의 사이사이로 접어들어앞쪽으로 가봤다.
.jpg)
가게의 앞에서는, 그 가게의 직원들로 추정되는남녀 여러쌍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연두 빛의 예쁜 유니폼을 입은 채 춤을추고 있었는데,
누구하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따라하기 쉬운 간단하고도 경쾌해보이는동작을 이어나가며 즐거이 춤을 추었다.
아직까지도 아쉬운 것은, 그때들려온 흥겹던 노래의 제목을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나는 그 음악을 가끔 흥얼거린다. 글쎄,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음악 자체의 경쾌함뿐 만 아니라,
즐겁게 춤을 추던 매장의 직원들과 그를 보며 함께 춤을 따라 추던 필리핀 다른 이들의 아름다운 인상이 내 안에남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즐거워보였으며, 덕택에몰 오브 아시아는 내 안에 좋은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돌아오는 길은 평탄치 않았다. 필리핀인 기사분은 10분도 안걸리는,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모른다고 하시며 일부러 한참을 빙빙 돌아 우리에게서 100페소 넘는 돈을 받아갔는데,
몰 오브 아시아에 가는 길이 40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는 엄청난 폭리를 취한 샘이다.
이것은 여기저기서 들었던 조언인데, 택시기사가 잔돈을 주지 않는다고해서 따지던가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모욕으로받아들이고, 승객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마무리는 조금 씁쓸했지만, 마닐라에서의 일정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둘째 날 우리와 함께 머물던, 세부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마닐라의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하려는한 부부를 만났는데,
그들 역시 거스름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이는 우리에게 일전에 3000페소를 거스름돈으로 받지 못한 분도 있다고말씀하시며
우리를 위로해주었고, 우리는 이것이 ‘마닐라’에서 우리의 통과의례인가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가볍게 털어내기로했다.
마닐라. 처음 이곳에 오며 상상했던 오만 가지의 걱정들은 우리 스스로의겁에 겁이 더해져 잔뜩 부풀려져 있었던 것 같다.
마닐라에서의 둘째 날, 우리는 ‘필리핀’, 그리고‘필리피노’들에 대해 우리가 막연하게 가졌던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두려움 들을 조금쯤 떨쳐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우리의필리핀에서의 첫 외출.
나름대로 두근두근하고 스릴 넘치는 ‘모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