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물갈이는 정말 대단했다.

 

원래 외국 나가서도 물갈이 같은 건 하지 않았는데, 세부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한달 간 배가 아팠다.

 

생활하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하루 한번 씩 밥을 먹고 나면 배가 살살 아픈 정도였다.

 

살면서 지사제 먹어본 적도 거의 없었는데 가져 온 지사제를 다 먹었다.

 

지사제 먹으면 잠깐 괜찮아졌다가도 다시 배가 아팠다.

 

어느 날은 배가 정말 아팠다. 게다가 두드러기가 났는데 물을 만지면, 물을 만진 손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며 따가웠다.

 

항상 정수기 물도 그대로 마시지 않고 한국 티백을 넣어 차를 우려 내어 먹었는 데도 상황은 똑같았다.

 

그래서 결심이 필요했다. 한국의 지인들이 커피포트를 사서 물을 끓여 먹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했다.

 

난 처음엔 그게 얼마라고 겨우 3달 있는데 커피포트를 사냐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때마침 티쳐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했다.



 

 

사기로 결심을 하고 가이사노 몰에 갔다. 다행히 100페소 세일을 하고 있었다.

 

가장 싼 게 299페소였고 그걸 사기로 마음 먹었다.

 

전자제품 코너에 가서 그걸 사고 싶다 말하니 직접 그 자리에서 콘센트를 꼽고서는 물이 제대로 끓는 지를 확인해 주었다.

 

여기는 저번에 전구 살 때도 항상 사려는 제품을 직접 꽂아서 제대로 성능이 되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물이 제대로 끓고 나서 내가 만족스러워 하니 포트 안에 남아 있는 물을 다 버리고서는 남아 있는 물을

 

직원이 쭈그려 앉아서 선풍기를 틀어 말려 주고 있었다. 아 정말 대단한 서비스다.

 

정성이 대단해서 조금 기다리다가 직원에게도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젖은 채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학원에 와서 정수기 물을 항상 끓여서 차를 내어서 먹으니, 이제 물갈이가 끝날 때 쯤이라 멈춘 건지

 

아니면 물을 끓여 먹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배가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