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오기 전에 많은 걱정을 했다.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어쩌지? 생각보다 영어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오면 어쩌지? 같은 것들이다. 필리핀에 와서는 내가 왜 이런 고민들을 사서했나 생각될 정도로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있을 때 생각도 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를 힘들게 했다. 그것은 바로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질 때면 어차피 같은 나라에 있고 마음만 먹으면 만나는 것은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이별이 이만큼 힘들지 않았는데, 외국에 있으니 전혀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우리어학원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거나, 다른 나라로 연수를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학원에서 떠나고 나면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3개월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라서 사람들과 이렇게 정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평소 나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 쿨 하게 사람들을 보내고 쿨 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룸메이트 언니가 떠나는 날짜가 가까워질 때마다 우울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내가 떠날 날짜를 확인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내 연수기간이 3개월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6개월씩 있는 사람들은 매번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일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또 금방 떠날 사람들인데, 괜히 친해졌다가 떠날 때 속상하기만 하지. 하는 생각도 들 것 같았다.

 

인연은 정말 소중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차라리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그나마 무던한 성격인데도 이게 너무 힘이 드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힘이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되, 이별에 초연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냥 언젠가 꼭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남은 시간들을 즐겁게 보내며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