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방을 함께 쓰던 룸메이트가 호주로 갔다. 호주로 가기 위해서 짐을 싸는 중 필리핀엣 늘어버린 짐 때문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호주로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때문에 나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여러 물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선풍기나 휴지,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 같은 것들이다. 필리핀 돈도 약간 받았다. 

 

이런 것을 용돈관리 방법이라고 말하기 참 웃기지만 나는 이런 것도 중요한 용돈관리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선풍기! 우리 어학원의 경우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따로 추가요금을 내야한다.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개인용 선풍기를 구매하는데 선풍기 한 대에 4-500페소 정도가 든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자면 정말 적은 돈이지만 2-3개월 정도 머물기 위해서 선풍기를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아깝기 그지없다. 이런 선풍기 같은 경우 연수가 끝날 때 쯤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선풍기를 받으면 괜히 선풍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다른 세안용품들도 마찬가지다. 몰에서 판매하는 한국제품들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한 제품들을 사용하는데, 어학연수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특히나 연수기간이 짧을수록. 부피만 크고 얼마 담겨있지 않은 세안용품들은 가지고가기도, 버리기도 애매한데,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물건이라고 싫어하지 않는다면 즐겁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나 연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러 생필품들이 거의 떨어져서 새로 구매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더더욱.

 

어차피 혼자서는 다 사용하지 못할 것들은 룸메이트들과 함께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룸메이트들이 배치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무래도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뭔가 내가 정말 구두쇠 같고 바보같이 느껴지는데, 사실 나는 필리핀에 겨우 3개월 머무를 뿐이고 3개월 동안 한국에서 갖추어놓고 살았던 것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차피 3개월 뒤에 떠날 텐데 체면 같은 것 때문에 신경 쓸 이유도 전혀 없고. 한국에서의 모습을 조금 버리고 털털하고 편하게 생각한다면 좀 더 저렴하고 즐거운 필리핀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이렇게 절약한 돈으로 즐거운 액티비티를 하나 더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