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why I'm here"
나는 지난 3월2일 세부에 도착해 잉글리쉬펠라2 캠퍼스에서 약 한달 반정도 머물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남은 연수기간을 조금이나마 더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나의 경험과 생각을 타인에게 보이기엔 서툴고 부족한 글이 되겠지만 최대한 솔직한 글을 쓰려고 한다.
1) 세부에 오기까지
사실 나는 1년전 필리핀과 호주 연계연수를 준비했었다. 인터넷으로 유학원을 알아보고 상담을 받으며 필자를 통해 수속을 시작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스파르타캠퍼스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져 세미스파르타 과정이 있는 어학원을 택했다.
먼저 입학금과 비행기 티켓값을 송금한 후 여유있게 나머지 과정을 준비하려던차에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출국을 한달여간 앞둔 상태에서 몸상태가 꽤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병원에서 몸상태에 대한 얘기를 들을때도 사실은 오랫동안 기대했던 연수를 포기해야된다는 것이 너무 속상했다.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했기에 고집을 부려서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첫번째 연수기회를 포기해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상태가 회복되면서 늘 마음에 두었던 필리핀연수를 1년이 지난 후 준비할수 있게됐다. 다음 출국일을 확실히 말씀드릴수 없어 필자담당자분에게 몇번이나 연기신청을 했는지 모른다. 민망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1년후 우여곡절끝에 찾아간 필자부산에도 변화가 있었다. 당시에 처음 상담해주신 대리님은 안계셨고 더 넓어진 사무실로 이사를 했다. :) 나는 급한 마음에 한달후 입학 가능한 스파르타 학교를 찾았고 마침내 3월 2일 펠라2에 올 수있었다.
사실 출국날에도 한 승객이 출발 바로 직전 비행기안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한시간반이나 지연이 됐다.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역시 필리핀이랑 난 안맞는건가, 하며 별 생각을 다 했었다. 그리고 우선은 필자 수속 담당자분께 지연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바로 세부에 연락을 해주신 담당자분 덕분에 걱정없이 막탄공항에 도착했고 새벽이었지만 무사히 학원까지 올 수있었다.
덧붙이자면, 비행기 바로 옆자리에는 나와 같은 필리핀 연수생이 앉아있었다. 다른 유학원 학생이었는데 입국신고부터 시작해 연수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부족해보였다. 나는 필자에서 챙겨준 자료를 나눠보면서 조금이나마 그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있었다. 사소한 것이었지만 유학원선택의 중요성을 처음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2) 세부에서의 한달반
새벽도착으로 피곤했지만 밥은 먹어야겠다는 집념으로 다음날 아침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10분빠른 펠라시간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컴퓨터로 친 레벨테스트가 그저 신기했다. 레벨테스트 결과를 받고는 '이게 점수라는 건가..' 싶어서 나의 낮은 점수에 더 신기해했다. 나름 자신감 있게 말했다고 자부했던 스피킹테스트 결과는 내가 여기서 얼마나 노력해야되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정신없이 일주일, 이주일이 흘렀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티쳐들의 수업방식에 익숙해지는 사이에도 시간은 금방금방 흐르는듯했다.
처음에는 학원매니저들에게도, 먼저온 학생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조심해라'라는 말이었다. 물론 외국생활, 특히나 필리핀생 활에 있어서 모든것에 백번 천번을 주의해도 나쁠것이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난 사건들 이야기와 반복되는 충고에 조금 질리기도 했다. 괜한 반항심은 아니었지만 필리핀 위험성의 10분의 1이라도 이곳의 장점을 직접 듣고싶었다. 어린 생각이었겠지만 필리핀 선생님들이 자신의 나라를 그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는 현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연수 한달 후, 그동안의 실력을 체크할 수있는 레벨테스트를 받았다. 생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스피킹테스트 결과로 전체 레벨 역시 한단계 올랐다. 덕분에 3월말에 있었던 긴 연휴를 기분 좋게 즐길수 있었다. 멀리 세부까지 찾아와준 친구와 막탄의 리조트로 여행을 갔고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푹 쉴 수있었다.
하지만 6주차에 접어들면서 이유모를 슬럼프가 찾아왔다. 여기에서의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그럴때마다 지나친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됐다. 나름 긍정적으로 잘해왔다 여겼는데 그 짧은 순간에 너무나 부정적으로 변해버린 자신에게도 실망을 하게 됐다.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잦은 두통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보통 두달정도에 접어들면 많은 학생들이 의지가 약해지고 이 생활을 피곤해 하더라며 주위에서 괜찮다는 위로아닌 위로도 받았었다. 아마도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었고 얼마나 이 생활을 바랐는지 그새 잊었기 때문인 듯 했다. 마음을 바로 잡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는 여기에 온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3) 세부에서의 한달 반 2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누구보다 의욕 충만이었던 나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 금요일 액티비티 데이때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게임같은 활동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었고 조금이나마 발음이 좋은 선생님을 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6주차인 지금은 매주 금요일에 내가 먼저 나서서 게임을 하자며 조른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쉬고싶은가보다. :) 그냥 모두들 자연스럽게 변하는것이라 믿고싶다.
나의 또다른 변화는 급식에 대한 생각이다. 초기에는 개인적으로 학교밥이 정말 맛있다고 느꼈다. 이정도면 3달은 문제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점점 고추장을 찾는 횟수가 늘고 있다. 질리기 시작했나보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다음달까지 잘 참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부에서 기분좋았던 순간도 많이 있었다. 선생님에게 배운 세부어로 키친스태프나 지프니의 옆사람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들의 반응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 다들 말도 안되는 나의 세부아누를 신기하게도 알아듣고 해맑게 대답해줬다.
하루는 두려워하는 룸메를 끌고 저녁, 학원으로 돌아오는길에 지프니를 탄 적이있었다. 물론 저녁시간에 더욱 주의를 해야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옆사람과 딱 붙어앉아 매연을 나눠마시고 ; 차비도 건너건너 전해주며 제대로된 현지체험을 했었다. 그 후에도 꽤 자주 지프니를 이용했는데 진정한 필리핀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달리는 지프니 위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4) 앞으로의 남은 세부(펠라)생활
앞으로 나에게 남은 이 곳 생활은 짧지도 길지도 않을 6주. 나는 남은 기간동안 기적같은 실력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었고 얼마나 기다렸던 연수였는지 잊지않고 생활하려고 한다. 게을러지거나 또다른 슬럼프가 찾아오면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열심히 공부할것이다. 남은 펠라생활을 잘 마무리하는게 나의 마지막 목표이자 다짐이다.
덥지만 덥기때문에 땀을 두배로 흘릴수 있는 짐에서 운동도 꾸준히 하고 여행욕심은 없지만 마음맞는 친구들과 기억에 남을 추억도 만들것이다. 또 다음엔 세부 필자 라운지에서 라면도 꼭 꼭 끓여먹고 와야지 :)
마지막으로 이글이 어떠한 이유로든 연수를 망설이거나 연수중 슬럼프에 빠져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연한 계기로 용기를 내 이글을 썼고 나와 내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던 참 좋은 시간이었다.